정부가 생활물가 부담을 덜기 위해 1조5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했다. 배추·무·고등어 등 국민 소비가 많은 농축수산물의 할인지원을 확대하고, 전통시장·소상공인 매출 증진을 위한 온누리상품권 환급 프로그램도 신설한다는 내용이다. 저소득층을 포함한 국민 다수의 ‘체감 물가’를 낮추기 위한 민생안정 패키지가 본격 가동될 전망이다.
김범석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4월 18일 서울 정부청사에서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고 이번 추경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했다. 회의에는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 부처가 참석해 물가안정 사업의 집행계획을 논의했다.
추경의 핵심은 장바구니 물가의 직접적인 완화다. 먼저 농산물 부문에서는 배추, 무, 양배추, 당근, 열무, 얼갈이 등 6개 품목을 대상으로 4월 17일부터 23일까지 일주일간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벌인다. 특히 무는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국내 출하 전까지 수입 물량 4000톤을 5월 말까지 집중 공급할 예정이다. 최근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진 계란에 대해서도 산지 가격과 유통 구조를 점검한 뒤 필요시 추가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수산물도 공급과 소비를 동시에 확대한다. 고등어, 갈치, 명태, 오징어, 조기, 마른멸치 등 대중적 소비가 많은 어종 6종에 대해 비축 물량 5000톤을 4월 15일부터 시중에 공급 중이다. 이어 4월 30일부터 5월 18일까지 전국 대형마트와 온라인몰 등에서 최대 50% 할인이 적용되는 ‘대한민국 수산대전’도 진행된다. 이는 금어기 수급 불안에 대비해 미리 공급을 확대하고, 소비도 촉진하려는 전략이다.
이번 추경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전통시장 중심의 소비환급 프로그램이다. 1조3700억원 규모의 예산이 신규로 투입되는 ‘상생페이백’ 사업은, 전월 대비 카드 소비가 늘어난 금액의 20%를 익월 디지털 온누리상품권으로 환급해주는 방식이다. 소비를 많이 할수록 환급액이 커지는 구조로, 가계 지출을 줄이고 전통시장 소비를 유도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올해 설 연휴(1월 10일2월 10일), 3월 동행축제(3월 1728일)에 이어 추가 환급행사도 시행된다. 약 645억원 규모로 진행될 이 행사는 온누리상품권으로 결제 시 일부를 디지털 온누리상품권으로 다시 돌려주는 방식으로, 전통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즉시 집행할 수 있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차관은 “물가 부담이 체감되는 농축수산물 중심으로 선제 대응하고, 민생 회복에 추경 효과가 실질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관련 부처는 집행 준비를 철저히 해달라”고 강조했다.
이번 추경은 세계 유가가 하락세를 보이는 와중에도 국내 가공식품과 생필품 가격이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대응책이다.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생활물가’를 겨냥해 맞춤형 지원을 늘리고, 전통시장과 중소상공인의 회복까지 아우르겠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