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이 인구절벽 수준으로 떨어지며 ‘아이를 낳는 것이 애국’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회자되는 시대다. 정부는 물론 민간 금융기관들까지 앞다퉈 출산과 육아를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혜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은행권에서는 다자녀 가구를 대상으로 한 고금리 적금과 대출 우대 상품을 줄줄이 출시하며, 출산이 곧 재테크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인식도 퍼지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 기조 속에서도 연 8~10%에 달하는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들이 나오면서, 일부 부모들은 “아이 키우느라 힘들지만 이런 혜택은 놓칠 수 없다”며 적극적으로 활용에 나서고 있다.
은행권의 출산·다자녀 관련 혜택은 대부분 정부의 현금 복지 제도와 연결되어 있다. 예를 들어 아동수당이나 부모급여를 특정 은행 계좌로 수령할 경우, 해당 은행에서 적금 금리를 추가로 얹어주는 방식이다. 국민은행의 ‘KB아이사랑적금’은 대표적인 사례다. 이 적금의 기본금리는 연 2%지만, 아동수당을 국민은행 입출금통장으로 6개월 이상 수령하면 3%포인트의 우대금리가 붙는다. 여기에 자녀 수에 따라 1~4%포인트까지 우대금리를 추가로 받을 수 있어, 최대 연 10%의 금리를 적용받는 것이 가능하다. 기초생활수급자나 한부모가정 등 사회적 배려 대상자의 경우엔 1%포인트가 더해지며 조건에 따라 실제 금리는 더 높아질 수도 있다.
신한은행의 ‘다둥이 상생 적금’도 자녀 수에 따라 최고 연 8%의 금리를 제공한다. 기본금리 2.5%에, 다자녀 증빙 서류를 제출하면 최대 2.5%포인트의 우대금리가 주어지고, 여기에 출산·임신·결혼 증빙, 서울시 다둥이카드 이용, 복지급여 수령 실적, 신규 고객 여부 등에 따라 1%포인트씩 우대금리를 더 받을 수 있다. 다자녀 가정의 입장에서 보면, 시중 예금금리로는 도저히 기대할 수 없는 조건이다.
출산과 육아가 단순한 적금 혜택을 넘어 현금 지원으로도 이어지는 사례도 있다. 우리은행은 다음달 말까지 2024년생 자녀를 둔 고객이 자녀 명의로 입출금통장을 개설하면 별다른 조건 없이 5만원의 출생축하금을 입금해주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우리은행은 또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결혼식 비용 300만원을 지원하고 웨딩홀도 무료로 제공하는 ‘우리 WON 웨딩홀’ 프로젝트도 운영 중이다.
대출 금리에서도 다자녀 가구는 확실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나은행의 ‘다둥이전세론’은 미성년 자녀가 2명일 경우 0.2%포인트, 3명 이상이면 0.4%포인트의 전세대출 금리를 감면해준다. 국민은행의 ‘KB 다둥이 전세자금대출’도 자녀가 2명 이상이면 0.15%포인트의 금리 우대를 제공한다. 농협은행의 NH새희망홀씨Ⅱ 상품 역시 저소득·저신용자 중 자녀가 3명 이상일 경우 0.2%포인트의 우대금리를 더해준다.
이 같은 혜택은 단순한 마케팅 차원을 넘어 은행권의 미래 고객 확보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다자녀 가구는 곧 더 많은 금융 수요와 거래 관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만 혜택이 아무리 많아도 이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 활용할 수 없다. 자녀 수, 출생연도, 복지급여 수령 여부 등 간단한 요건만으로도 누릴 수 있는 금융 혜택은 의외로 많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이 재정적으로도 도움이 되는 시대, ‘출산=손해’라는 인식을 바꾸는 데 은행들이 한몫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엔 지금도 자녀 통장을 개설하고 적금 가입서를 들여다보는 부모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