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정책, 성장 둔화·물가 불안 우려 커져…연준 “정책 조정 신중할 것”
파월 의장은 이날 연설에서 “지금까지 발표된 관세 인상 수준은 예상보다 훨씬 높고, 이에 따른 경제적 충격 역시 과소평가돼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관세는 최소한 일시적으로 물가 상승 압력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최대 고용과 물가안정을 동시에 달성하는 연준의 이중 목표를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연준은 현재 고용 유지를 통한 경기 부양과 동시에 2% 수준의 물가 안정을 주요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파월의 발언은 관세라는 외부 변수로 인해 양대 목표가 상충하는 압력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낸 것이다.
“관세가 올해 내내 우리를 목표 달성에서 더 멀어지게 만들 수 있다”는 파월 의장의 표현은, 관세로 인해 연준의 정책적 유연성이 위축될 가능성을 암시한다.
기준금리 ‘동결’ 유지…인하 시점 더 미뤄지나
이날 파월 의장은 기준금리 조정에 대한 입장도 분명히 했다. 그는 “정책 스탠스에 대해 어떤 조정을 고려하기 전에 더 많은 명확성을 기다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당장 금리 인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시장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를 일축하는 발언이기도 하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5.25~5.50% 수준으로, 20여 년 만의 고점 수준을 유지 중이다. 연준은 지난해 말부터 인플레이션 완화를 근거로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해왔지만, 최근 소비자물가지수(CPI)의 반등과 고용시장 강세, 그리고 트럼프식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 등이 겹치면서 스탠스를 조정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의 ‘관세 회귀’가 흔드는 통화정책의 지형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2025판 스무트-홀리법’이라 불리는 고율 관세 정책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주요 수입품에 10~60%에 달하는 보복성 관세를 도입하겠다는 구상은 물가를 자극하고 공급망을 재편성하는 강한 외부 충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베트남·중국 등에서 생산된 소비재에 대한 고관세는 미국 내 소비자 가격 인상을 직접적으로 유발할 수 있으며, 이는 연준의 인플레이션 억제 전략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경제학자들은 트럼프식 관세가 일시적인 보호 효과를 줄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소비 위축과 고용 둔화를 동반해 경기 전반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정치가 경제를 흔드는 시대, 연준의 시험대
파월 의장의 이번 발언은 단순한 경제 분석을 넘어, 정치적 변수와의 거리두기를 선언한 메시지로도 읽힌다.
연준은 정치적 독립성을 강조해왔지만, 선거 국면에서 터져 나온 관세 공세가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 실질적 영향을 미칠 경우, 통화정책 당국도 그 영향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현실이 드러나고 있다.
‘물가 안정’과 ‘최대 고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는 연준의 전략이, 트럼프의 보호무역 드라이브와 정면충돌할 가능성이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