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2025 스무트-홀리법’은 미국을 구할 묘수일까, 대공황의 복사판일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다시 ‘관세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것도 100여 년 전 대공황의 문을 연 ‘스무트-홀리법’을 연상케 할 만큼 파격적이다. 그의 관세 폭탄은 이제 미국 소비자와 세계 경제 전체를 겨냥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관세정책은 베트남산 제품에 최대 46%, 중국산에는 최대 125%까지 부과하는 등 고율 관세가 전면에 등장했다. 이 여파로 나이키를 비롯한 미국 소비재 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했고, UBS는 나이키 제품 가격이 10~12%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학 교과서에서 말하는 ‘조세 전가’ 이론이 현실에서 고스란히 재현된 셈이다. 수입업체가 낸 관세는 결국 미국 소비자의 지갑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관세의 명분은 단순하다. 미국 산업 보호, 무역 불균형 해소, 더 많은 일자리 창출. 트럼프의 논리는 오래됐다. 그는 1980년대부터 관세를 ‘미국 경제 부흥의 마법 지렛대’로 여겨왔다. 이번에도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MAGA)” 만들겠다는 구호와 함께 고율 관세를 밀어붙이고 있다. 문제는 그 방식이다.
트럼프가 제시한 ‘상호관세율’ 계산법은 세계 경제학계에 충격을 안겼다. 미국의 무역적자를 상대국 수입액으로 나눈 뒤, 그 수치를 ‘가상의 상대국 관세’로 간주해 절반을 보복관세로 부과하는 방식이다. 캄보디아가 미국에 94%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는 계산도 여기서 나왔다. 실제 수치와 무관한 이 방식은 “정치적 연출에 가까운 숫자 놀음”이라는 비판을 낳았다.
정작 유럽연합(EU)의 대미 평균 관세는 3%에도 못 미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은 “이 방식은 챗GPT가 만든 경제정책 같다”며 “트럼프는 완전히 미쳤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확신에 차 있다. 미국은 외국의 착취에서 벗어나야 하며, 이를 위한 해답이 관세라는 것이다.
정치적으로 보면, 이번 관세정책은 단지 경제 이슈에 그치지 않는다. 트럼프는 상하원에서 공화당의 지지를 받으며, 경제 자문진마저 자신과 비슷한 보호무역주의 신념을 공유한다. 1기 집권 당시 관세정책에 제동을 걸던 목소리들은 이제 사라졌다.
트럼프가 소환한 ‘미국의 황금기’는 1920년대, 그리고 그 연장선에 있는 1930년 스무트-홀리법이다. 그 당시에도 공화당은 일자리 보호와 국내 산업 육성을 명분으로 고율 관세를 단행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세계 각국의 보복관세가 줄을 이었고, 이는 곧 대공황의 불쏘시개가 됐다. 수천 개 은행이 무너지고 실업률은 25%까지 치솟았다.
경제사학자들은 지금의 상황이 그때와 닮았다고 경고한다. 기술 주도의 산업 구조 속에서 관세는 경쟁력을 높이기보다는 교역 위축과 글로벌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IMF 전 수석 이코노미스트 켄 로고프는 “트럼프가 세계 무역에 핵폭탄을 던졌다”며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질 확률이 50%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 관세폭탄을 ‘해방의 날’이라 부른다. 자신이 추진하는 무역정책이 미국의 자주권과 부흥을 회복시킬 것이라는 확신에서다. 문제는 그 대가다. 과거의 고율 관세가 결국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았듯, 이번에도 똑같은 그림자가 드리울 수 있다.
2025년, 미국은 또다시 기로에 서 있다. 이번엔 ‘MAGA’를 외치는 한 정치인의 의지가 세계 경제 질서를 흔들 수 있다. 그가 성공하면 보호무역의 귀환이 될 것이고, 실패한다면 다시 한 번 ‘검은 화요일’이 반복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