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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핑 이코노미, 나만의 소비가 시장을 재구성한다

— 개인화가 대량생산의 문법을 다시 쓰는 시대

변화의 장면 선택이 아닌 ‘조합’의 소비

2025년의 소비자는 단순히 물건을 ‘선택’하지 않는다.
그들은 브랜드가 만든 완성품에 머물지 않고, 자신의 취향을 반영해 그것을 ‘재조합’한다.
이 변화는 커피 한 잔에서 시작됐다.
카페마다 다른 원두, 우유, 시럽을 선택해 자신만의 레시피를 만드는 문화가 일상화되면서,
소비자는 생산의 일부가 되었다.

이 흐름은 이제 전 산업으로 확장됐다.
패션에서는 나이키(Nike By You)처럼 디자인과 색상을 직접 고르는 시스템이,
뷰티에서는 이니스프리의 맞춤형 파운데이션 서비스가 등장했다.
편의점에서는 ‘토핑라면’이, 외식에서는 ‘나만의 샐러드’가 기본 메뉴로 자리 잡았다.

한국소비문화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소비자의 74%가 ‘맞춤형 옵션이 있으면 브랜드 충성도가 높아진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기업은 더 이상 시장을 인구집단 단위로 분류하지 않는다.
이제 시장은 ‘한 사람의 데이터’로 정의된다.
소비의 기본 단위가 ‘대중(mass)’에서 ‘개인(individual)’로 바뀐 것이다.


맞춤형 소비의 심리 정체성을 구매하다

과거의 소비는 필요를 채우는 행위였다면,
지금의 소비는 정체성을 표현하는 행위다.
소비자는 더 이상 ‘무엇을 갖는가’보다 ‘누구인가’를 구매한다.
이른바 ‘모디슈머(Modisumer)’대중제품을 개성화하는 소비자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소비 구조를 주도하고 있다.

OECD의 2025년 「Digital Consumer Behavior Report」는
“소비자는 개인화된 경험을 통해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고 느낀다”고 분석한다.
기업의 알고리즘은 고객의 선호를 학습하며
‘당신만을 위한 상품’을 제안하지만,
그 제안은 곧 데이터로 구성된 자아를 만들어낸다.
이때의 개인화는 단순한 서비스가 아니라,
‘디지털 정체성 관리’의 일부로 기능한다.

케임브리지 행동경제학연구소는 이를
“소비자가 자아를 외부화하는 새로운 사회적 언어”라고 규정했다.
즉, 개인화된 소비는 자율성이 아니라 자기연출(self-presentation)의 결과물이다.
소비는 경제 행위인 동시에, 존재를 증명하는 의식이 되었다.


산업 구조의 진화 대량생산에서 대량맞춤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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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심리적 변화는 산업의 구조를 바꾸고 있다.
대량생산의 시대는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에 기반했지만,
토핑 이코노미는 규모보다 다양성의 경제(Economy of Variety)를 요구한다.
생산 라인은 유연해야 하고, 재고는 수요예측 AI가 관리한다.
공급망은 한 방향의 효율이 아니라,
다수의 조합이 가능한 모듈형 공급망(Modular Supply Chain)으로 전환되고 있다.

맥킨지(McKinsey, 2025)는
“하이퍼퍼스널리제이션(Hyper-Personalization)은 향후 5년간 제조 산업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개인 맞춤형 상품이 차지하는 글로벌 소비재 매출 비중은
2030년까지 전체의 3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생산 논리의 구조적 이동이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LG생활건강은 맞춤형 향수 제조 라인을 실험하고 있으며,
롯데푸드는 AI 기반 ‘취향예측 엔진’을 도입해
소비자의 과거 구매패턴을 분석, 메뉴 구성을 실시간 조정하고 있다.
이처럼 산업은 소비자 개인의 데이터를 생산의 원재료로 사용하는 구조로 재편 중이다.


데이터의 경제학 개인이 곧 시장이 되는 구조

토핑 이코노미의 본질은 상품이 아니라 데이터의 순환 구조에 있다.
개인화된 소비 경험은 알고리즘의 입력값이 되어
다음 세대 상품의 기획을 결정한다.
즉, 소비자가 제품을 선택하는 동시에
다음 제품의 설계자가 되는 셈이다.

MIT 미디어랩의 최근 보고서 「The Economy of One」은
“개인 데이터는 더 이상 통계의 단위가 아니라, 시장의 단위로 작동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 구조에서는 한 명의 취향이 다수의 공급체계를 움직인다.
기업은 ‘집단의 평균’을 예측하지 않고,
개인의 패턴을 확률로 예측한다.
예측이 곧 생산이 되고,
생산이 다시 데이터를 낳는 순환적 시장 구조가 완성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는 양면성이 있다.
개인화는 편리함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노출의 부담을 낳는다.
소비자는 선택할수록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게 되고,
브랜드는 ‘취향의 기록’을 통해 인간의 감정선까지 해석하려 든다.
결국 맞춤형 경험의 대가는 데이터의 투명화라는 형태로 지불된다.

OECD는 이에 대해 “개인화의 시대에는 데이터 윤리(Data Ethics)가 기업 신뢰의 핵심 지표로 부상할 것”이라 경고한다.
미래의 경쟁은 품질이 아니라 신뢰(trust)의 경쟁이 될 것이다.


참여의 경제, 감정의 산업

토핑 이코노미는 단순 맞춤형 소비의 확산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다시 ‘시장 속의 창작자’로 복귀하는 과정이다.
대량생산이 물질을 대량화했다면,
이 시대의 개인화는 감정을 대량화한다.
상품은 취향의 대상이 아니라, 감정의 인터페이스가 되었다.

소비자는 더 이상 수요의 끝단이 아니다.
그는 생산의 첫 단계를 설계하고,
데이터를 통해 시장의 구조를 변화시킨다.
이 새로운 경제를 미래다뷰는 ‘참여경제(Participation Economy)’라 부를 수 있다.
그곳에서 소비는 구매가 아니라 창작이며,
시장과 개인의 경계는 점점 희미해진다.

산업혁명이 물질의 세계를 발명했다면,
토핑 이코노미는 감정의 세계를 설계하고 있다.
AI가 데이터를 계산할 때, 인간은 여전히 감정을 계산한다.
그리고 그 감정이 시장을 움직이는 새로운 자본이 된다.

이제 기업의 과제는 더 많은 판매가 아니라, 더 깊은 공감의 설계다.
개인화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이해의 문제, 인간의 문제다.
경제의 중심이 생산에서 소비로,
그리고 소비에서 참여와 감정으로 이동하는 순간,
시장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완전히 새로워진다.


참고자료 (References)

  1. McKinsey & Company (2025), The Mass Personalization Shift
  2. OECD (2025), Digital Consumer Behavior Report
  3. MIT Media Lab (2025), The Economy of One
  4. Cambridge Behavioral Research (2024), Self-Presentation in Digital Consumption
  5. 한국소비문화연구원 (2025), 소비자 개인화와 브랜드 충성도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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