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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엔비디아와 손잡고 ‘피지컬 AI·디지털트윈’ 혁신 가속

스마트팩토리부터 AI 데이터센터까지,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무는 기술 동맹

가전과 전장, 산업 솔루션을 아우르는 LG전자가 글로벌 AI 선도 기업 엔비디아와 손을 맞잡았다. 양사는 피지컬 인공지능(Physical AI)과 디지털트윈(Digital Twin) 등 차세대 산업 혁신 기술을 중심으로 협력하며, 제조·물류·에너지 관리 등 물리적 세계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번 협력은 단순한 기술 제휴가 아니라, 현실 산업의 모든 데이터를 AI가 읽고 판단하는 새로운 산업 생태계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피지컬 AI: 현실에서 배우는 인공지능

LG전자는 10월 31일, 엔비디아의 다양한 AI 플랫폼 생태계에 공식 합류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가 공개한 범용 휴머노이드 추론모델 ‘아이작 GR00T(Isaac GR00T)’를 기반으로, LG전자는 자체 피지컬 AI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피지컬 AI란 로봇이나 기계가 물리적 환경 속에서 스스로 학습하고 상황을 인식하는 기술을 뜻한다. 단순히 데이터를 입력받아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움직임과 피드백을 반복하며 ‘몸으로 배우는 AI’를 구현하는 개념이다.

LG전자는 가전·모빌리티·산업 현장 등 다양한 공간에서 축적된 방대한 센서데이터를 활용해 학습 모델의 현실 적응력을 높이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의 로보틱스 개발 플랫폼 ‘아이작 시뮬레이터(Isaac Sim)’를 활용해 가상환경에서 로봇 행동을 시뮬레이션하고, 강화학습을 통해 물리적 실험에 가까운 학습 결과를 얻고 있다.

양사는 고품질 데이터 확보와 학습 다양성 확대가 피지컬 AI 성공의 관건이라는 데 뜻을 모았다. LG전자의 실제 제조 데이터와 엔비디아의 시뮬레이션 기술이 결합하면, 로봇은 공장·물류·서비스 영역에서 상황 판단과 자율 의사결정을 실시간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된다.


디지털트윈: ‘가상의 공장’이 현실을 앞서간다

LG전자가 추진 중인 또 하나의 핵심은 디지털트윈 기술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팩토리 혁신이다.
디지털트윈은 현실 세계의 물리적 시스템을 가상공간에 그대로 재현해 시뮬레이션하고, 실제 운영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기술이다. LG전자는 60여 년간 쌓아온 제조·생산 데이터를 바탕으로, 엔비디아의 산업용 AI 플랫폼 ‘옴니버스(Omniverse)’와 오픈USD(Open USD)를 활용해 공장 단위부터 설비 단위까지 포괄하는 디지털트윈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공장 설계 단계에서부터 가상공간에서 생산라인을 미리 구성해 본다.
예컨대, 새로운 설비를 도입하기 전 가상의 공장에서 물류 흐름을 시뮬레이션하고, 병목이나 불량 가능성을 미리 확인할 수 있다. 이후 실제 공장이 가동되면, 센서와 카메라로 수집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반영해 설비 이상 징후나 품질 문제를 즉시 예측한다.

엔비디아의 최신 RTX PRO 6000 블랙웰(Blackwell) GPU를 탑재한 연산 시스템을 통해 초정밀 3D 시뮬레이션이 가능해졌고, 이는 곧 ‘보이지 않는 공장 운영’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상징한다.
운영자는 물리적 현장을 직접 돌지 않아도, 가상 공간에서 생산성 지표와 설비 가동률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AI가 제안하는 최적화 시나리오를 검토해 즉각 적용할 수 있다.

LG전자가 보유한 제조 데이터와 엔비디아의 시뮬레이션 기술이 결합한 이 구조는 단순한 자동화의 단계가 아니다. 이는 ‘스스로 진화하는 공장’, 즉 AI가 데이터와 피드백을 반복 학습하며 효율을 높여가는 형태의 산업지능으로 발전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냉각솔루션까지 확장

이번 협력의 또 다른 축은 AI 데이터센터 분야의 냉각 및 에너지 효율 기술이다.
엔비디아의 초대형 AI 칩과 연산 서버가 확대되면서, 데이터센터의 냉각 효율은 기업 경쟁력의 새로운 기준으로 부상했다. LG전자는 이미 산업용 냉각기술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이번 협력을 계기로 엔비디아 인증을 추진 중이다.

LG전자가 개발 중인 CDU(냉각수 분배장치) 시스템은 액체냉각 방식으로 GPU 서버의 열을 효율적으로 관리한다. 이와 함께 친환경 열회수 시스템과 고효율 직류(DC) 전력 솔루션을 통합 적용함으로써, AI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절감과 탄소 저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한다.
이는 단순한 냉각장치 공급이 아니라, 엔비디아와 함께 ‘지속가능한 AI 인프라’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LG전자 관계자는 “AI 연산 효율이 높아질수록 열 관리 기술의 중요성도 커진다”며 “냉각솔루션, 열회수, 전력효율 등 LG의 하드웨어 역량이 엔비디아의 AI 플랫폼과 만나면 완전히 새로운 시장이 열린다”고 말했다.


기술 동맹의 의미: ‘하드웨어의 LG’에서 ‘AI 솔루션의 LG’로

엔비디아는 LG전자의 협력대상 중 하나일 뿐 아니라, LG그룹의 AI 싱크탱크인 LG AI연구원과도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양 기관은 대형 언어모델 ‘엑사원(ExaOne)’을 공동 활용해 국내 기업·스타트업·학계에 AI 역량을 지원 중이다.
이처럼 엔비디아와 LG그룹의 협력 축이 LG전자–LG AI연구원으로 이어지며, LG가 그룹 차원에서 AI 혁신 구조를 완성해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LG전자가 지향하는 방향은 이제 ‘가전기업’을 넘어선다.
스마트팩토리, 자율주행, AI 데이터센터, 로보틱스 등 물리적 세계의 거의 모든 영역이 데이터화되는 흐름 속에서, LG는 그 데이터의 생성부터 처리, 피드백까지 전주기를 통합하려는 플랫폼형 산업기업으로 전환 중이다.
이번 엔비디아와의 파트너십은 그 전환의 상징이자 가속 장치다.

유우진 LG전자 CSO부문 오픈이노베이션테스크 상무는 “AI 선도기업인 엔비디아와의 전략적 협력관계를 기반으로, 미래기술 혁신에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며 “LG전자가 보유한 제조·에너지 인프라 역량과 엔비디아의 AI 기술이 결합되면 새로운 산업 표준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래 산업의 풍경: 현실과 가상의 공존

LG전자의 한 생산라인을 떠올려보자. 로봇 팔이 부품을 조립하는 순간, 같은 장면이 가상공간에서도 실시간으로 재현된다. 센서가 감지한 온도, 진동, 속도 정보는 클라우드로 전송되고, 엔비디아 GPU가 탑재된 시스템은 이를 분석해 최적의 조정 명령을 내린다.
AI는 “이 속도에서는 과열이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즉시 냉각 장치의 유량을 조정한다. 이 모든 과정이 사람이 개입하기 전 이미 실행된다.

이것이 바로 피지컬 AI 시대의 풍경이다.
AI는 현실의 움직임을 가상공간에서 미리 학습하고, 다시 현실로 돌아와 그 지식을 적용한다. 디지털트윈은 물리세계의 거울이자, AI가 ‘몸’을 가지게 되는 공간이 된다.

LG전자와 엔비디아의 협력은 기술의 영역을 넘어 산업 구조의 언어를 다시 쓰는 시도다.
한쪽은 현실의 경험을, 다른 한쪽은 데이터와 연산의 지능을 갖췄다. 두 영역이 맞닿을 때 비로소 ‘지속가능한 산업지능’이 태어난다.
LG전자가 그리고 있는 미래는, 공장이 스스로 학습하고 도시가 스스로 최적화하며, 데이터센터가 스스로 에너지를 회수하는 ‘자율 산업 생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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