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녹색세제 확대 속 그린워싱 우려, 검증 장치 강화 시급

정부가 친환경 투자와 지속가능한 산업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각종 세금 인센티브 제도가 최근 도마 위에 올랐다. 재생에너지 투자세액 공제, 탄소 저감 설비 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 녹색채권 발행 기업에 대한 우대 조치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제도는 기업들이 환경친화적 경영을 확대하도록 유도하는 정책 수단으로 자리 잡아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같은 세제 혜택이 기업들의 실질적 변화보다는 ‘친환경 포장’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 이른바 그린워싱(greenwashing)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친환경 세제 인센티브는 도입 취지 자체는 분명하다.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막대한 민간 투자가 필요하고, 이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세제 지원이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일부 기업은 세액 공제를 활용해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확대하거나, 온실가스 배출 감축 설비를 구축하는 등 실질적 성과를 내기도 했다. 또한 녹색채권 발행에 세제 혜택을 부여하면서 환경 관련 프로젝트에 자금이 더 많이 유입되는 긍정적 효과도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같은 세제 혜택이 제대로 된 검증 장치 없이 광범위하게 부여되면서, 실질적 친환경 효과보다는 기업 이미지 관리 수단으로 남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 일부 기업은 전체 사업 중 친환경 비중이 극히 낮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미미한 투자를 근거로 세제 혜택을 누리거나 ESG 보고서에 과도하게 부풀린 성과를 기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세제 인센티브가 본래 목적을 벗어나 기업들의 ‘면죄부’로 기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린워싱 논란은 단순히 기업 윤리 차원을 넘어 조세 정의와 직결된다. 세제 혜택은 결국 국민 세금으로 지원되는 것이다. 실질적 기여가 없는 기업이 혜택을 가져간다면 이는 세수 누수로 이어질 뿐 아니라, 진정성 있게 친환경 투자를 추진하는 기업과의 형평성을 해치게 된다. 결국 세금 인센티브 제도가 불공정하게 운영된다면 전체 제도의 신뢰도가 흔들리고, 장기적으로는 친환경 전환 정책 자체가 동력을 잃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제도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보다 엄격한 사전·사후 검증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컨대 세제 혜택을 신청하는 기업에 대해 투자 규모와 성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고, 외부 기관의 객관적 검증을 의무화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또한 일정 기준 이상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나 친환경 제품 매출 비중을 충족해야만 공제를 인정하는 정량적 지표를 강화할 필요도 있다. 이렇게 해야 세제 혜택이 실제로 환경 개선 효과를 창출하는 기업에 집중될 수 있다.

또 하나의 쟁점은 그린워싱을 막기 위한 국제적 기준과의 정합성이다. 유럽연합(EU)은 이미 ‘녹색분류체계(EU Taxonomy)’를 통해 무엇이 친환경 활동인지 법적으로 정의하고, 기업의 녹색채권 발행이나 투자 프로젝트를 엄격히 심사하고 있다. 한국 역시 글로벌 금융시장과 발맞추려면 세제 혜택 기준을 국제 기준과 조율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국내 기업은 느슨한 규제를 활용해 단기적 이익을 얻다가 장기적으로는 국제 시장에서 신뢰를 잃을 수 있다.

결국 친환경 세제 인센티브의 성패는 제도가 얼마나 투명하고 엄정하게 운영되느냐에 달려 있다. 세금 혜택이 실질적 탄소 감축과 지속가능한 전환으로 이어질 때만 정책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반대로 그린워싱을 방치하면 국민 세금은 낭비되고, 진정한 친환경 전환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정부가 추진하는 세제 혜택이 지속가능한 미래를 향한 징검다리가 될지, 아니면 기업들의 이미지 세탁에 불과한 통로로 전락할지는 향후 제도 설계와 집행 과정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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