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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트럼프家 WLFI, 한국에서 스테이블코인 실험 본격화

트럼프 전 대통령 일가가 관여한 가상자산 기업 월드리버티파이낸셜(WLFI)이 한국 시장을 새로운 실험 무대로 삼고 있다. WLFI가 발행한 스테이블코인 ‘USD1’은 출시 반년 만에 글로벌 시가총액 수십억 달러를 기록하며 빠른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아직은 테더나 USDC 같은 기존 대형 스테이블코인에 비하면 작은 규모지만, 정치적 상징성과 확장 전략 덕분에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WLFI 경영진은 최근 한국을 방문해 거래소, 게임사, 결제사, 플랫폼 기업 등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한국이 디지털 문화와 게임 산업이 발달한 환경이라는 점을 높이 평가하며, 게임 보상 지급, 크리에이터 결제, 온라인·오프라인 상거래 통합 모델 등을 실험하기에 최적지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 주요 거래소에서 USD1과 WLFI 토큰이 연이어 상장되었고, 일부는 원화 마켓 거래까지 지원하면서 유동성과 접근성이 확보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단순한 자산 거래를 넘어서 실사용 영역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특히 게임이나 플랫폼 산업과의 결합은 스테이블코인이 단순한 투자 수단이 아니라 생활 속 결제 수단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가상 아이템 거래, 크리에이터 후원, 디지털 콘텐츠 구독 등에서 달러 연동 코인이 쓰인다면 국경을 넘는 결제나 환전 비용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대와 동시에 리스크도 존재한다. 무엇보다 규제가 가장 큰 변수다. 한국은 최근 몇 년간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 논의를 진행하며,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유통에 관한 엄격한 관리 체계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발행 주체가 갖춰야 할 자본 요건, 준비금의 안전성, 독립적 감사 절차 등이 구체화되면, 외국 기업이 발행한 스테이블코인이 국내에서 원활히 통용되기 어려울 수 있다. 환전 구조의 복잡성도 과제로 꼽힌다. 한국 원화뿐만 아니라 일본 엔화, 홍콩 달러 등 아시아 주요 통화와 연동된 스테이블코인들이 난립하면서, 실제로 어떤 코인을 통해 결제를 하고 다시 현지 화폐로 환전할 수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문제도 남아 있다.

정치적 색채 역시 부담 요소다. WLFI는 트럼프 브랜드를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는데, 이는 일부 투자자에게는 강력한 매력 요소일 수 있지만, 다른 투자자에게는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과 리스크로 인식될 수 있다. 특히 미국 대선을 비롯한 정치 이벤트와 맞물려 가격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준비금의 투명성 문제도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프로젝트 측은 국채와 현금성 자산으로 100% 담보한다고 주장하지만, 독립적인 감사 결과와 증빙 자료가 충분히 공개되지 않는다면 신뢰 확보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시장은 매력적인 기회로 평가된다. 개인 투자자의 참여가 활발하고, 게임과 디지털 콘텐츠 산업이 전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게임 보상 지급이나 창작자 결제 모델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큰 파급력을 가질 수 있는 구조다. 실제로 일부 국내 게임사와 플랫폼 업체는 이미 내부적으로 파일럿 프로젝트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제사 입장에서도 새로운 경쟁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카드나 전자지갑 중심의 기존 결제 시장에 스테이블코인이 추가되면, 수수료 절감과 해외 결제 확장 등 다양한 이점을 누릴 수 있다.

향후 과제는 명확하다. 첫째, 규제 준수와 파트너십을 병행해야 한다. WLFI와 국내 기업이 협업하려면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 등 감독기관의 허가 절차를 충족해야 하며, 자금세탁 방지, 고객확인 절차를 철저히 마련해야 한다. 둘째,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준비금 보고, 감사 자료 공개, 스마트컨트랙트 코드 검증 등은 사용자 신뢰를 얻기 위한 필수 요소다. 셋째, 사용자 교육이 필요하다. 스테이블코인의 구조, 환전 방식, 사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충분히 안내해야 한다. 넷째, 실사용 인센티브를 마련해야 한다. 결제 수수료 인하, 보상 지급, 거래소 캠페인 등으로 사용자 경험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 다섯째, 정책 협의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산업계와 정부가 협력하여 안정적인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때 시장의 지속가능성이 보장된다.

앞으로 한국에서 WLFI와 USD1이 성공할지는 단순히 트럼프라는 이름이나 단기적인 투기 수요에 달려 있지 않다. 실사용처를 얼마나 빠르게 확보하고, 규제 리스크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관리하느냐가 관건이다. 게임, 결제, 플랫폼 기업과의 협업은 분명 큰 기회이지만, 동시에 각국의 규제 장벽과 금융 시스템과의 충돌을 극복해야 한다. 결국 한국 시장은 WLFI에게 실험장이자 시험대가 될 것이다. 만약 여기서 성공적인 모델을 만들어낸다면, 아시아 전체로 확장될 수 있는 교두보가 될 수 있다. 반대로 규제와 신뢰 문제에 발목을 잡힌다면 단기간의 관심 이후 급속히 잊히는 프로젝트로 전락할 수도 있다.

한국 암호자산 시장은 지금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전 세계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이 결제·투자·금융의 새로운 도구로 주목받는 가운데, WLFI의 한국 진출은 시장의 가능성과 위험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기업과 정부, 투자자 모두가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제도적 기반과 실질적 사용성을 갖춘다면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앞선 스테이블코인 실험지가 될 수 있다. WLFI의 도전은 단순한 외국 코인의 진출이 아니라, 한국 시장이 글로벌 디지털 금융 생태계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시험하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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