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11월 국내 주식 대규모 매도…절대 규모는 최대지만 비중은 제한적
지난달 국내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 매도 규모가 역대 최대치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액 기준으로는 가장 큰 수준이었지만, 시가총액 대비 비중을 따지면 과도한 충격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같은 기간 외국인 자금이 채권시장으로 대거 유입되며 자금 이동의 성격 또한 복합적으로 해석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가 3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은 11월 한 달간 국내 주식을 14조2천억 원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충격이 정점에 달했던 2020년 3월의 12조9천억 원을 넘어선 규모다. 올해 4월에 기록한 10조1천억 원도 상회하며, 2000년대 이후 월간 기준으로 가장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일별 흐름에서도 대규모 매도가 반복됐다. 해당 기간 중 일일 순매도 규모가 역대 상위 5위권에 포함된 날이 사흘이나 발생했다. 특히 21일에는 2조9천억 원이 순매도돼 2021년 2월 26일의 3조 원 매도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규모를 기록했다. 단기 충격이 반복되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으나, 가격 변동성은 생각보다 제한적이었다.
다만 전체 시가총액 대비 순매도 비중으로 보면 양상은 다르게 나타난다. 11월 순매도 규모는 -0.37%로, 과거 대규모 매도 시기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2020년 3월에는 -0.82%를 기록했고, 올해 4월도 -0.43%였다. 2013년 6월의 -0.40%에도 미치지 못해 비중 기준으로는 역대 22위에 해당했다. 국내 주식시장 규모가 크게 확대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올해 들어 국내 시가총액은 57.3% 증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성장한 시장 규모 대비 거래 규모의 확대가 자연스럽게 나타나면서, 절대적 매도 금액이 크게 늘어도 비중은 상대적으로 작게 나타나는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즉, 외국인 매도가 시장 심리를 자극하는 측면은 있었지만 근본적인 체력 약화로 연결되지는 않았다는 판단이 제시된다.
흥미로운 점은 같은 기간 외국인 자금이 채권시장으로 유입되며 움직임이 엇갈렸다는 점이다. 10월 말 312조3천억 원이었던 외국인의 국내 채권 보유 잔액은 11월 말 329조5천억 원으로 늘어나 17조2천억 원 증가했다. 이는 월간 기준 역대 최대 순유입 규모로, 안전자산 또는 중장기 수익률 확보를 겨냥한 전략적 자금 이동이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국제금융센터 연구진은 이번 흐름을 단순한 위험 회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주식시장의 대규모 매도는 한국 기업 펀더멘털에 대한 부정적 평가보다는 주가 급등 이후의 포트폴리오 재조정 성격이 강하다는 설명이다. 최근 시장에서는 인공지능 중심의 기술주가 급등한 바 있어 이에 따른 차익실현과 리밸런싱 압력이 겹쳤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한 글로벌 시장 전반에서도 기술주 중심의 밸류에이션 부담과 정책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투자자들이 자산군 간 이동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확인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 시장은 규모가 커진 만큼 외국인의 거래량도 자연스럽게 확대됐다는 해석이 함께 제시된다.
종합하면, 11월 외국인의 주식 매도는 절대 금액만 놓고 보면 역대급이었지만, 시가총액 대비 비중은 중간 수준에 그쳤다. 외국인의 채권 순유입이 기록적 수준으로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에서 전면적인 이탈을 보였다기보다는 자산별 리스크 조정에 나선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크다.
향후 시장은 미국 통화정책 방향과 글로벌 위험자산 분위기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외국인 수급 역시 정책 메시지와 시장 밸류에이션에 따라 유동성을 조절하는 흐름이 예상되며, 국내 투자자들은 자금 흐름의 복합적 신호를 해석하는 데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