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세제 개편, 시장 안정 해법인가 불평등 심화의 불씨인가
정부가 다시 한 번 부동산 세금 카드를 꺼내 들었다. 보유세 완화와 양도세 중과 유예를 포함한 개편안은 거래절벽 해소를 위한 해법으로 제시됐지만, 시장에서는 ‘실수요자 보호’와 ‘부자 감세’라는 상반된 평가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이번 개편의 초점을 보유세 부담 완화에 두고 있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조정하고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을 높여 과세 대상 가구 수를 줄이는 한편, 세부담 상한을 완화하고 고령자와 장기 보유자에 대한 공제 제도를 손질해 세 부담을 경감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특히 소득은 적지만 장기간 보유한 고령 1주택자의 경우 이번 개편으로 상당한 혜택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조치는 세금 폭탄 논란을 완화하고, 주거 안정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양도세 개편 역시 거래 활성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 다주택자에게 적용되던 중과세율을 낮추거나 한시적으로 유예해 매물이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 같은 조치가 거래절벽 상황을 해소하고 매물 증가로 이어져 시장 숨통을 틔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공급 확대 정책과 병행된다면 단기적으로 집값 안정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그러나 이번 세제 개편이 긍정적 효과만 낳을 것이라는 전망에는 의문이 따른다. 우선 보유세 부담이 줄면 실수요자뿐만 아니라 다주택자에게도 혜택이 돌아가게 되는데, 이는 조세 정의의 원칙을 흔들고 부동산을 통한 자산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 부유층에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는 역진성 문제는 그간 한국 조세정책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돼온 약점이기도 하다. 양도세 완화 정책 또한 투기 억제 장치를 무력화시키고 다시금 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
세수 측면에서도 우려가 적지 않다. 보유세와 양도세는 지방재정과 국가재정에서 중요한 세목으로 자리 잡고 있는데, 완화 정책이 장기적으로 지속되면 재정 건전성이 약화될 수 있다. 경기 상황에 따라 세법이 자주 바뀌는 것도 문제다. 정책의 일관성이 무너질 경우 조세 제도에 대한 국민 신뢰가 떨어지고, 장기적인 세수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재정 운영의 불안 요인이 커질 수 있다.
또한 이번 개편이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 심리에 미칠 파급효과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세법 개정은 단순한 세율 조정 이상의 신호 효과를 지닌다. 보유세와 양도세 완화가 정부가 집값 방어에 나섰다는 신호로 해석된다면, 오히려 수요를 자극해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세금 정책은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시장 심리를 안정시키는 기능을 가져야 하는데, 설계가 정교하지 않으면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세대와 계층 간의 시각차도 뚜렷하다. 이미 자산을 보유한 세대와 그렇지 못한 세대, 수도권과 지방, 고령층과 청년층의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갈리는 구조 속에서 세제 개편은 특정 계층을 위한 정책으로 비칠 위험이 있다. 보유세와 양도세 완화를 반기는 목소리는 자산을 보유한 가구에서 나오지만, 청년층과 무주택 가구에서는 자산 격차 확대와 불평등 심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만약 정책 변화가 반복적으로 자산 보유층에 유리하게 설계된다면 조세정책 전반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
결국 부동산 세제 개편은 단기적 거래 활성화와 장기적 시장 안정, 그리고 조세 정의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보유세와 양도세 완화가 당장의 숨통을 틔워줄 수는 있지만, 자산 불평등 심화와 세수 불안정이라는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정부가 내놓을 최종 개편안은 거래 활성화와 세부담 완화를 넘어, 세수 확보 방안과 자산 불평등 완화 대책, 주거 복지 강화 정책 등을 종합적으로 담아야 한다. 그래야만 이번 조치가 일시적 처방에 머무르지 않고, 지속 가능한 부동산 시장 질서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