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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역대 최대 매출에도 ‘관세 폭탄’에 영업익 반토막…글로벌 공급망의 역습

하이브리드 호조 속에서도 대미 관세 1조2천억 원 부담…무역 리스크 시대의 새로운 경영 실험

국내 완성차 기업 기아가 올해 3분기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했지만, 대미(對美) 관세 충격으로 영업이익이 반토막 났다.
하이브리드·전기차 중심의 친환경차 판매는 성장세를 이어갔으나, 미국의 25% 관세 부과가 실적에 직격탄이 됐다.
글로벌 무역환경이 불확실성의 시대를 맞은 가운데, 기아는 ‘관세 리스크’를 안고도 친환경 전환의 속도를 늦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매출은 사상 최대, 이익은 반토막

31일 기아는 2025년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1조4,62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2% 감소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조8천억 원에 달했던 영업이익의 절반 수준이다.
3분기 영업이익률도 5.1%로, 2분기(9.4%)에 비해 4.3%포인트 급락했다.

감소의 주요 원인은 명확하다.
지난 7월 초부터 미국 정부가 한국산 자동차에 부과하기 시작한 25%의 대미 관세다.
기아는 해당 관세로 인한 비용을 약 1조2,340억 원으로 추산했다. 여기에 환율 급등으로 인한 평가손실과 충당부채 증가가 더해지며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아의 3분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8.2% 증가한 28조6,861억 원으로 역대 3분기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내연기관 중심의 포트폴리오에서 친환경차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한 결과다.
기아는 전기차(EV)와 하이브리드(HV) 판매 확대를 통해 매출 규모를 방어하면서도 글로벌 점유율을 확대했다.


관세가 바꾼 수익 구조, 글로벌 무역질서의 경고

기아의 이번 실적은 단순히 한 기업의 분기 손익이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전쟁의 단면을 드러낸다.
미국 정부의 25% 관세는 사실상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이후 2단계 무역조정 정책으로, 한국·유럽 등 비미국계 제조사에 직접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
특히 기아의 주요 수출 차종이 한국에서 생산돼 북미로 향한다는 점에서 관세 부담은 피하기 어려웠다.

관세는 곧 가격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
기아의 하이브리드 SUV·세단 라인업은 미국 시장에서 토요타, 혼다 등과 정면으로 경쟁하고 있다.
기아가 관세 부담을 소비자 가격에 전가할 경우, 미국 내 점유율 하락은 불가피하다.
반면 이를 흡수하면 이익률이 줄어드는 딜레마다.
결국 이번 실적은 글로벌 완성차 기업이 ‘정치적 무역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생존이 갈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


친환경차 판매는 ‘선전’…전기차보다 하이브리드가 견인

매출 감소 압력 속에서도 기아의 친환경차 판매는 돋보였다.
3분기 전체 판매량 중 친환경차 비중은 26.4%로, 전년 대비 5.4%포인트 상승했다.
판매 대수는 20만4,000대로 전년 대비 32.3% 증가했다.

이 중 하이브리드는 전년 대비 40.9% 증가한 11만8,000대를 기록했다.
전기차는 30% 증가(7만 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2.6% 감소(1만7,000대)로 나타났다.
하이브리드의 강세는 미국과 서유럽 시장에서의 SUV 수요 확대가 결정적이었다.
특히 EV3, 니로 하이브리드,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등이 고루 인기를 얻었다.

지역별로는 국내 판매가 10.2% 증가한 13만8,000대, 해외 판매는 1.4% 증가한 64만7,000대로 나타났다.
미국에서는 하이브리드 모델 중심의 판매 확대가 이어졌고, 아시아태평양·중남미 신흥 시장에서는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의 동시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다만, 슬로바키아 공장의 전동화 전환 과정에서 일부 모델 단산이 발생했고, 인도에서는 세금 인하를 앞둔 대기수요로 판매가 일시 감소했다.


“이익의 시대는 끝났다”…기아의 대응 전략

기아는 이번 분기 실적 하락에도 불구하고 친환경차 전환 전략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회사는 관세·환율 등 외부 리스크를 감내하더라도, 장기적으로 하이브리드 및 전기차 라인업 확대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간다는 전략이다.

기아 관계자는 “글로벌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지만, 친환경차 수요 확대는 거스를 수 없는 추세”라며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확대하고 전기차 신모델 사이클을 가속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 시장에서는 규제 변화에 맞춘 ‘유연한 생산 체제’가 핵심이다.
기아는 미국 내 조립라인을 조정해, 관세 부담이 큰 완성차 대신 현지 생산 비중을 늘리는 전략을 검토 중이다.
또 하이브리드 수요 강세에 대응하기 위해 주요 인기 모델의 하이브리드 버전 출시를 확대할 예정이다.

유럽 시장에서는 EV3, EV5 등 전기 SUV 라인업을 중심으로 ‘포스트 IRA 시대’에 맞는 전략적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환율과 통상 리스크, ‘한국형 제조의 한계’ 시험대

기아의 이번 실적은 한국형 제조업 모델이 글로벌 통상 충격에 얼마나 취약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국 내 생산 비중이 높고, 달러 강세가 이어지는 환경에서 관세와 환율이 동시에 상승하면, 매출 증대에도 불구하고 이익률은 급격히 악화된다.

이는 한국 제조업 전반의 구조적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생산의 유연성이 제한된 가운데, 외부 정책 변화가 직접적으로 비용으로 전가되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이제 한국 제조업은 단순 생산·수출 중심 모델에서 벗어나, 현지화·데이터 기반 생산·AI 예측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한다.


미래 전략: 하이브리드가 ‘완충지대’, 전기차는 ‘도약판’

기아는 단기적으로는 하이브리드를 중심으로 수익성을 방어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전기차 중심의 성장 전략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하이브리드는 관세와 환율의 변동성을 완충해주는 역할을 하며, 전기차 시장의 기술과 인프라가 안정화되기 전까지 ‘실적의 완충지대’로 기능한다.
반면, 전기차 부문은 향후 글로벌 정책 변화에 따라 수익 회복의 도약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기아의 다음 관건은 ‘속도’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의 균형, 북미와 유럽의 생산 거점 재배치, 관세 구조 변화에 대한 민첩한 대응이 향후 1~2년 내 실적 반등의 열쇠가 될 전망이다.


산업적 의미: 무역 리스크 시대의 경영 패러다임 전환

기아의 이번 3분기 실적은 단순한 일시적 실적 악화가 아니다.
그 배경에는 세계 경제가 직면한 새로운 구조적 리스크 정치화된 통상질서, 공급망 재편, 기술전쟁이 자리 잡고 있다.
자동차 산업은 그 최전선에 있다.
이제 수익성은 단순한 판매량이 아니라, 정치·외교·기술의 교차점에서의 민첩성에 의해 결정되는 시대다.

기아의 관세 충격은 경고다.
글로벌 기업이 정치적 변동성과 정책 리스크를 어떻게 내재화하느냐에 따라, 같은 매출 구조에서도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새로운 질서 속에서, 기아는 여전히 “미래차 전환의 속도”를 늦추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익은 줄었지만, 방향은 흔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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